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달리기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매년 두산밥캣에서 스캇 사장님 및 일부 직원들이 10Km대회(아디다스 마이런)를 참가하고 있었는데, 저는 작년 9월에 처음 참가하면서 달리기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7-8명 정도의 두산밥캣 직원들이 참가했는데, 참가 이후 달리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서 계속 도전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날 바로 하프마라톤 대회(2018년 10월 개최)에 참가 등록을 했는데 당초 목표인 100분보다 훨씬 좋은 기록(92분)을 낼 수 있었습니다. 우연히 입문한 마라톤에서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오면서 욕심이 생기면서 풀코스에도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풀코스 대회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풀코스 출전 전에는 10km 또는 하프마라톤 두세 차례 정도 출전했으나, 풀코스는 뛰어본 적도 없습니다.
작년 12월에 우선 등록을 했고, 출장 등의 업무로 인해 본격적인 준비는 1월부터 했습니다.
1월 이전까지는 출장 및 업무 등으로 인해 별도로 훈련은 하지 못했고, 출장 갔을 때는 아침 일찍 40분씩 조깅하는 습관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뛰는 것보다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훈련하면 더욱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러닝크루’(Running Crew)에 가입을 했습니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 전부터 매일 아침 회사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는데, 이번 마라톤을 준비하면서부터 근력 위주의 운동에서 유산소 운동으로 바꾸었고 무릎에 무리가 없도록 매일 헬스장에서 한 시간씩 자전거로 달리기 훈련을 대체하면서 스트레칭과 함께 병행해서 준비했고, 주말에는 마라톤의 핵심인 장거리 훈련으로 대회 준비를 했습니다.
이번에 풀코스 대회에 처음 출전하다 보니, 풀코스 참가 기록이 없어서 마지막 그룹인 E그룹에서 출발했습니다. 출발점부터 하프지점까지는 목표한 구간 페이스가 조금씩 밀렸고 수많은 참가자들을 피해서 뛰어야 해서 계속 지그재그로 뛰기도 하고 청계천에서는 인도로 뛰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 완주 후 결과를 확인했을 때 약 500미터 길었습니다.
하프 이후 30km 구간까지는 아무래도 하프지점까지 페이스가 조금씩 밀렸다는 걱정과 압박이 심해서 그런지 대회가 끝난 몇 주가 지난 지금도 기억이 없습니다.
30km 이후부터는 한 번도 뛰어보지 않은 거리라 계속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뛰었고, 32km 지점에서 소속되어 있는 88SEOUL (@88seoul_) 응원팀의 응원을 받고 마지막 10km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아무래도 레이스 초반에 많은 에너지 소모가 있었는지 잠실대교를 넘어가기 전 종아리 근육경련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뒤쳐진 페이스 때문에 중도 포기도 고민했지만 여태까지 뛰어온 거리와 시간을 생각해서 끝까지 뛰었습니다.
서브 3를 목표로 훈련하고 구간당 시간 목표를 잡기는 했으나, 대회 초반부터 계속 목표했던 시간보다 밀리게 되었습니다. 40km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초반에 밀린 시간이 계속 발목을 잡았고, 이대로는 서브 3 달성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개월의 훈련시간, 달려온 시간 등이 떠오르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서브3를 향해 온 힘을 다해서 달렸습니다.
그렇게 경기장(마지막에 잠실 주경기장에 들어가면 트랙을 한 바퀴 돌게 되어 있음 – 약 400미터 구간)에 입성하고 보니 2시간 58분을 넘어가고 있었고 그동안 트랙에서 훈련을 통해 한 바퀴는 2분 내로 완주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피니시까지 전력을 다해서 완주했습니다. 평소에 트랙에서 훈련했던 경험이 있었고 아직 힘이 남아 있어 마지막 스프린트는 자신 있었습니다. 하지만 타이머는 이미 3시간을 (A그룹 기준 타이머) 훌쩍 넘어선 시간이었기 때문에 완주 후 공식 기록증을 보기 전까지는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번에 서브 3를 달성하고 주변으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매우 많이 받았습니다만, 비결이 무엇인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운동을 좋아하고 달리기가 체질에 맞는 것 같다는 것 밖에 모르겠어요.
제가 담당하는 자금 업무 특성상 금융기관 업무시간 내 모든 자금 관련 업무가 완료되어야 하기 때문에 Due에 맞추기 위한 시간 분배가 습관이 되어 있어서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번에 참여한 서울국제마라톤은 서브3 기록으로 완주하면 동아마라톤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는데 그걸 꼭 쟁취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덧붙이자면 크루러닝을 통해 달리기에 관심이 있는 젊은 친구들끼리 함께 훈련하고 이끌어주면서 재미있게 연습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러닝크루와 제가 소속해 있는 88SEOUL 러닝클럽을 통해 직원들과 함께 하는 러닝세션 혹은 기부레이스 같은 이벤트를 계획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국내외에 있는 직원 누구나 참가해서 정해진 기간 동안 달리기 기록을 인증하고, 집계된 누적 기록을 통해 임직원들이 달린 누적 거리당 일정 금액을 장애인육상단체 같은 곳에 기부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함께 이벤트에 참여함으로써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도 제고하고 글로벌 직원들이 함께 한다는 소속감도 고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세계에서 제일 권위 있는 보스턴마라톤대회에 꼭 참가해보고 싶습니다. 권위 있는 대회들이 몇 있지만, 어렸을 때에 보스턴에 살았기 때문에 더욱 참가해보고 싶고, 또한 서브 3 기록이 있어야만 출전 신청이 가능하거든요.
